음.. 이 이야기를 하게 되면 나이가 어느 정도 밝혀질 것 같아서 고민을 많이 했지만, 내 첫 게임 이야기는 이걸로 시작하는 게 맞을 것 같아서 그냥 쓰기로 했다.

기억력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날만큼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어느 여름날이었다. 집에서 놀고 있는데 친척 형(외삼촌의 아들)이 불꽃놀이를 가지고 놀러 와서 신나게 불꽃놀이를 즐겼다. 그러고는 형이 재미있는 걸 시켜주겠다며 나를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그곳이 바로 오락실이었다.

태어나서 처음 가 본 오락실은 그야말로 별천지였다. 귀가 아플 정도로 시끄러운 소리와 눈이 돌아갈 정도로 현란하게 움직이는 화면들. 그리고 내가 조작하는 대로 움직이는 캐릭터는, 어렸던 내게 너무나도 자극적인 경험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게임이 바로 ‘스트리트 파이터’였다. 형은 오락기에 50원을 넣어주며 한 번 해보라고 했다. 처음 만져보는 스틱과 버튼들. 그냥 마구잡이로 스틱을 흔들고 버튼을 누르다 보니 게임오버 화면을 금방 마주하게 됐다. 비록 짧았지만 너무나도 강렬한 인상이었고, 이 세상 어느 것과도 견줄 수 없는 재미였다. 당시에는 그래픽마저 너무나 화려해 보였다. 아마 나는 오락실에 처음 발을 들였던 그 순간부터, 내가 게임과 사랑에 빠질 것을 어느 정도 직감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날 이후로 하교 길이나 학원 가는 시간 틈틈이 오락실에 들러 스트리트 파이터를 했다. 한 판에 50원이라는 돈이 초등학생인 내게는 너무나 큰돈이었기에, 직접 하기보다는 남의 뒤에 서서 구경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러면서 스틱을 우측과 하단으로 비비며 손 버튼을 누르면 장풍과 어퍼컷이 나간다는 정보를 어깨너머로 알게 되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는 50원만 넣으면 마지막 판인 사가트까지 깨는 게 당연해질 때쯤 다른 게임들에도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결국에는 다시 스트리트 파이터로 돌아왔다.

무작정 비비기만 해서 기술이 나가는 것이 아니라 특정 커맨드를 입력해야 한다는 것도 차츰 알게 되었고, 항상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컴퓨터의 패턴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격투 게임과 본격적인 사랑에 빠지게 되었던 것 같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은 ‘철권 7’을 마지막으로 격투 게임을 하지 않고 있다. 일단 게임에 투자할 시간도 부족하거니와, 예전만큼의 순발력이 따라주지 않아 이기기보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느낌이 든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됐다.

그렇다고 아쉽거나 하지는 않다. 세상에는 격투 게임 외에도 재미있는 게임들이 너무나 많으니까. 오히려 내 어린 시절을 행복하게 채워주었던 격투 게임에 지금도 감사한 마음뿐이다.

최근 격투 게임이 예전만큼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는 추세다.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게임들 사이에서 예전만 한 파이를 가져가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내가 지금은 직접 즐기지 못하더라도, 내 기억 속 첫 설렘이었던 격투 게임이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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