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잠깐, 월드컵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나는 고등학교, 군대 이후로는 축구공을 만진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축구를 보는 것은 너무 좋아하고, 작년까지 축구게임인 FC(구 FIFA) 시리즈를 생활의 일부와 같이 즐겨왔다. 그래서 웬만한 유명 선수들은 다 알고 있고, 그 선수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축구인들의 축제인 2026 월드컵을 2022 월드컵이 끝난 순간부터 손꼽아 기다려 왔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은 시작 전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감독 선임 과정을 문제 삼은 국정감사, 그 이후 투명하지 않은 축구협회와 감독을 향한 비판. 그로 인해 축구 대표팀에 등을 돌린 축구 팬들까지. 좋지 않은 성적은 어느 정도 예상 했지만, 이번 월드컵이 이 정도일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2026 대한민국 월드컵 성적
1차전 체코전 – 희망고문의 시작
2:1 승. 역전해서 승리를 거뒀지만 경기력이 좋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후반 황인범 선수의 동점골과 손흥민 선수의 교체로 투입된 오현규 선수의 골로 가까스로 승리를 거뒀다. 경기에서 승리한 후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몇몇 팬들의 입에서 ‘기가 막힌 교체’, ‘명버지’라는 찬사가 나오기도 했다. 아마 이분들도 축구협회나 감독에 대한 일들은 잠시 접어두고, 월드컵 기간만큼은 대한민국 대표팀을 응원하자는 마음에서 이렇게 불렀으리라.
2차전 멕시코전 – 서늘해지는 등골
1:0 패배. 체코전에서 가지고 나왔던 것과 동일한 전술을 들고 나왔다. 수비수와 골키퍼의 사인이 맞지 않아서 조금은 허무하게 실점했다. 그리고 멕시코는 라인을 내려서 주저앉고 있는 상황. 홍명보 감독의 선택은 체코전과 동일하게 손흥민 선수와 오현규 선수의 교체. 이걸 보면서 등골이 서늘한 느낌을 받았다. 멕시코전을 진다고 해도 남아공전에서도 이러면 어떡하나 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멕시코의 경기력이 좋지 않다고 느껴졌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
3차전 남아공전 – 바닥 밑의 바닥
1:0 패배. 내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더 안 좋은 선택이 나왔다. 손흥민, 이재성을 선발 라인업에서 빼버리다니. 역시 내가 홍명보라는 사람을 너무 과소평가했던 것 같다. 더 밑바닥이 있을 줄은 몰랐다. 역대 월드컵 경기 중 가장 보기 힘든 경기였다.
변화는 없고 당연한 듯이 들고 나온 똑같은 전술. 지고 있는데 수비수를 빼고 또 수비수를 넣는 선택. 어디로 움직여야 할지 모르는 선수들. 체코전의 승리는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라 그냥 체코가 너무 약체였다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시켜준 경기였다.
무책임한 끝맺음과 남은 것은 절망뿐
세 차례의 경기를 뛰면서 전술의 변화가 없었다. 감독은 심지어 상대 팀을 분석하고 대응하는 것이 아닌, 자기가 준비한 것만 보여주고자 했다고 한다. 더 황당한 건 그걸 너무 당당하게 말하는 것. 이번 월드컵은 한국 축구에서 가장 큰 흑역사로 기억될 것이다.
홍명보 감독은 한국 시간 29일 넘어가자마자 현지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보는 내내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이건 비단 나만 이렇게 느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자기가 쓴 것인지, 남이 써준 것인지 모르는 성명문을 2분 동안 감정 없는 목소리로 읽어 나가고 질문 하나 받지 않고 바로 퇴장. 이 사람은 권위주의에 쩔어있는 사람이고, 나르시시스트임이 분명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축구협회가 쇄신하고 새롭게 태어나길 바라고 싶지만, 그럴 리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마음이 너무 안 좋다. 내가 대한민국 축구를 앞으로도 응원할 수 있을까?
울보 흥민이가 이번에는 울지 않은 것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슬프게 느껴진다.



